소설

그 남자의 흔한 이야기 Part 1-15(첫사랑 편)

느루 2022. 4. 12. 17:35

*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며 작가의 허락 없는 복사, 불법펌 등을 금지합니다.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다. 어제 술을 먹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하늘이의 고백 때문이었는지 잠을 설쳤다. 

 

 

하늘이는 좋은 친구고 내가 어려울 때 항상 힘이 되었던 친구다. 하지만 이성으로서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어제의 일이 혼란스러웠다.

 

 

하늘이한테는 어제 저녁이후로 아직 연락이 없다. '내가 먼저 연락을 하는 게 맞는 건가?' '바로 연락하는 건 그러니 하늘이도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며칠 후에 연락할까?' '곧 서울로 올라가는데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얘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다. 고민을 하다보니 끝이 없어서 잠시 생각을 멈췄다.

 

 

오늘은 가람이와 저녁이 있는 날이다. 내 옷장을 보니 딱히 입을 게 없었다. 형 옷장을 뒤적뒤적 거렸다. 대학생인 형의 옷장은 달랐다. 흰색 옥스포드 셔츠가 눈에 띄었다. 흰 셔츠를 입고 내 옷장에 있는 검은색 바지를 입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을 옷을 결정하고 나니 가람이와 뭘 할지 하나도 정한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람이랑 얘기해둔게 없어서 서둘러 맛집부터 찾았다. 근처에 몇번 갔던 떡볶이 맛집이 있어서 거기를 일단 머릿 속에 킵해두었다. '여자애들은 대부분 떡볶이 좋아하는 것 같던데...'라고 생각하면서 가람이도 좋아할 거라는 희망회로를 돌렸다.

 

 

그래도 혹시 몰라 가람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잘 지냈어? 오늘 6시까지 너희 학원 근처로 갈게!"

 

(가람) "응. 그럼 6시까지 학원 근처 천사 커피숍 앞에서 보자. 내가 거기로 갈게."

 

(나) "그럼 6시까지 커피숍 앞으로 갈게! 혹시 떡볶이 괜찮아? 공부하고나서 배 고플 거 같아서 근처에서 떡볶이라도 먹는게 어떨까해서..ㅎ"

 

(가람) "어~ 나 떡볶이 좋아하는데! 혹시 학원 옆에 있는 분식집 말하는 거 아니야? 거기 맛있는데!!"

 

(나) "아 ㅋㅋㅋ 이미 알고 있네. 거기로 가려고~ 괜찮아?"

 

(가람) "응! 너무 좋아. 이따 봐~"

 

 

가람이가 떡볶이를 좋아한다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뭔가 대단한 걸 해낸 것처럼 기뻤다.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버스에 앉아서 약속장소로 가던 중 잠시 잊고 있었던 하늘이가 생각났다. 하늘이한테서는 아직 연락이 없다. 가람이를 만나고 올 때까지 연락이 오지 않으면 내가 먼저 연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도 마음이 복잡할테니까...

 

 

약속장소인 커피숍 앞에 도착했다. 멍하니 기다리다보니 반대편 횡단보도에 가람이가 보였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었다. 가람이도 내 손을 보자 멀리서 손을 흔들어줬다. 횡단보도를 두고 같이 손을 흔들고 있으니 마치 커플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횡단보도에서 내 쪽으로 걸어온 가람이가 먼저 말을 걸었다.

 

 

(가람) "안녕, 본 지 얼마 안된거 같은데 오늘 보니까 또 새롭다."

 

(나) "그래? 음...나도 새롭긴 해. 하하.." 나는 낯간지럽다는 듯이 얘기한다.

 

(가람) "히힛. 학원 끝나고 바로 맛있는 거 먹으러 가니까 기분이 좋네."

 

(나) "나도 오랜만에 가보는 거라서 좀 설레. 같이 맛있게 먹자. 흐.."

 

 

나와 가람이는 방문하려고 하는 분식집에서 먹었던 것들을 서로 얘기하면서 길을 걸었다. 분식집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떡볶이와 튀김, 순대를 시켰다. 먹다보니 가람이는 순대 간을, 나는 허파를 좋아해서 서로 사이좋게 나눠먹었다. 가람이는 '음~ 맛있어'라는 말과 함께 시킨 음식들을 맛있게 먹었다. 나는 그런 가람이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가람이가 좋아해서일까? 평소보다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졌다. 

 

 

분식집에서 음식을 다 먹고 근처 공원으로 갔다. 가람이네 아파트 근처 공원이었는데 생각보다 컸다. 우리는 공원을 걸으면서 각자의 상황에 대해 얘기했다.

 

 

(나) "가람아, 학원 공부는 잘 맞는 거 같아? 힘들지는 않아?"

 

(가람) "이미 마음 먹고 있었던 거라 생각보다 힘들진 않아. 아는 친구들도 몇 명 있고...너는? 서울로 대학 가니까 설레고 막 그래?"

 

(나) "그렇진 않아. 아직 들어간 것도 아니라서 실감도 안나고... 서울에 가족도 집도 없으니까 좀 두렵기도 하고. 사실 아무 생각이 없어. 그냥 남들 하는 대로 하면 중간은 가지 않을까?"

 

(가람) "응 그래도 넌 잘할 거 같아. 사교성도 좋고! 나도 내년에는 꼭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나) "지금부터 마음 잡고 하는 거 보니까 잘 될거야. 그리고 혹시 공부하면서 궁금한거나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도와줄게."

 

(가람) "말이라도 고마워. 헤헷. 든든하다."

 

(나) "이렇게 같이 밥도 먹고 저녁길 걷는 것도 인연인데 이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가람) "하하. 좋아. 다온아, 너는 참 좋은 사람 같아. 주변 친구들한테 다 이럴려나?"

 

(나) "다 그렇진 않아. 내가 몸이 백개도 아니고. 너니까. 네가 좀 편하고 그래서...그러는 거야."

 

(가람) "그렇구나...아무튼 고마워. 그래도 뭔가 힘들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긴 것 같은 느낌?"

 

(나) "응, 네가 좋다고 하니 나도 기분이 좋네. 나도 힘든 일 있으면 얘기해도 되지?"

 

(가람) "그럼~ 언제든지 얘기해. 내가 또 그런 얘기 듣는 거 전문이야."

 

(나) "하하. 그런 거 전문이야?"

 

(가람) "음....뭐 그런 느낌? 생각해보니 친구들이 나한테 비밀을 많이 얘기하는 것 같긴 하네...?"

 

(나) "오~ 그래도 입이 무거운 편인가보다. 친구들한테 신뢰를 받고 있는 거 보니까."

 

(가람) "그럴지도..하하. 근데 정작 내 얘기는 별로 안하는 것 같아. 그게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나) "그래? 음...그럴 수 있지. 듣는 거랑 얘기하는 거랑은 또 다르니까."

 

(가람) "맞아. 그래서 친구들한테도 내 얘기를 터놓고 해야 친구들이 나한테 좀 더 마음을 열텐데..그게 잘 안되더라고. 정말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있으면 다 얘기할텐데...그건 또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나) "그렇지....음....근데 뭐...나는 네 얘기 잘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혹시 답답하거나 그러면...나한테 얘기해줘도 될 것 같은데...그냥..그렇다고...하하" 나는 약간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가람) "어? 어....그래. 근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그럼 우리 이제 들어갈까?"

 

(나) "아 벌써 9시구나. 그래. 집 앞까지 데려다줄게. 가자."

 

(가람) "안 그래줘도 되는데....그럼...가자."

 

 

나와 가람이는 약간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가람이 집으로 걸어갔다. 오늘 가람이랑 있으면서 좋아하는 마음이 점점 커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가람이가 예뻐보이고, 힘들면 계속 도와주고 싶고, 옆에서 지켜보고 싶은 그런 마음? 그런 것들이 내 마음속에 커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가람이에게 좋아한다고 얘기해야하나?' '잘못 말했다가 관계가 틀어지면 어떡하지?' '그래도 좋아한다는 말 비스무리한 말들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하지?' '이대로 그냥 가면 뭔가 더 보기 힘들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얼마 안 있어 우리는 집 앞에 도착했다. 가람이가 집에 들어가려고 인사를 했다. 나는 머뭇거리다가 가람이에게 말을 걸었다.

 

 

(나) "가람아, 어....나 대학교 가도 너 볼 수 있을까?"

 

(가람) "응....? 그럼. 무슨일 있어?"

 

(나) "아...그런 말이 아니라...음.....단순한 친구라기보다는....남자로...?"

 

(가람) "어.......... 갑자기 그렇게 말하니까 당황스럽네...생각 좀 봐야..하지 않을까....? 싶어..."

 

(나) "그치....근데 말 안하면 뭔가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어서 그랬어. 말하고 나니 나만 생각한 것 같네....하하...공부해야해서 신경쓸 것도 많은데 괜히 복잡하게 만든 건 아닌가 싶네.....미안..."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바닥을 바라보면서 말한다.

 

(가람) ".....아니야..... 생각 좀 해볼게...일단 오늘은 늦었으니 들어가. 오늘 재밌었어. 데려다줘서 고마워."

 

(나) "응...들어가 그럼."

 

(가람) "응. 안녕!"

 

 

가람이가 천천히 들어간다. 첫번째 만남때의 헤어짐보다는 걸음걸이가 느렸다. 가람이가 뒤를 돌아보고 싶어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가람이는 끝내 돌아보지 않았다.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을지도...나는 가람이가 들어가는 걸 본 후 멍한 상태로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