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그 남자의 흔한 이야기 Part 1-11(첫사랑 편)

느루 2022. 1. 29. 00:38

*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며 작가의 허락 없는 복사, 불법펌 등을 금지합니다.

 

나와 하늘이는 약간은 지친 걸음으로 놀이동산을 빠져나왔다. 그래도 하늘이는 재밌었는지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내내 놀이기구에 대해서 계속 얘기를 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하늘이의 얘기에 잘 반응해주었다. 

 

 

얘기를 하면서 걷다보니 버스정류장에 금방 도착했다. 나는 하늘이가 빌려줬던 목도리를 돌려줬다. 하늘이는 받으면서 나에게 춥지 않냐고 물어보았다.

 

 

(하늘) "이거 받으면 좀 추울텐데....그냥 너 가질래? 나 집에 목도리 많아."

 

(나) "아냐, 괜찮아. 그리고 그걸 가지는 것도 너무 이상하고. 덕분에 따뜻하게 잘 돌아다녔어."

 

(하늘) "흐음...그래. 그럼 가져갈게." 하늘이가 약간 아쉽다는 듯이 말한다.

 

(나) "왜 표정이 좀 아쉬워하는 거 같지?"

 

(하늘) "아니, 그냥...나는 줘도 상관 없는데..."

 

(나) "에이~ 그걸 내가 가지는 건 좀 아닌 거 같아. 나도 목도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하늘) "알았어. 다온아, 오늘 공포특급에서 고마웠어."

 

(나) "아...그건 너도 바이킹 탈 때 나 도와줬으니까. 서로 도운거지 뭐."

 

(하늘) "그래도 네가 옆에 있어서 앞으로 갈 수 있었던 것 같아. 특히 제일 무서울 때는 너 없었으면 나 막 울었을거야."

 

(나) "풉, 그렇긴 해. 그때 진짜 너 막 울려고 하더라. 생각해보니 오히려 내가 재밌는 장면을 망쳐버린거 같은데?"

 

(하늘) "우씨! 내가 울었으면 좋겠냐. 웃길 바래야지."

 

(나) "장난이지. 장난. 그래도 오늘 재밌었어. 놀이동산 진짜 오랜만인데 재밌게 잘 놀다간다~"

 

(하늘) "히히, 다행이네. 나도 좋았어. 다람쥐통도 타고~ 놀이동산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추억이다. 그치?"

 

(나) "엉, 계속 기억에 남을 것 같아. 바이킹이 이렇게 무서운 건지 처음 알았으니까. 다시는 타고 싶지 않을정도로."

 

(하늘) "안돼~ 다음에 나랑 또 타러 가야지~ 그 때도 내가 옆에서 잡아줄게."

 

(나) "어...? 그래. 잡아주면 좋지..." 나는 말을 흐리듯이 말한다.

 

(하늘) "왜 내가 잡아주는 게 싫은가..아 그리고 다온아, 너는 근데 어떤 여자가 좋아? 이제 대학교도 가고 하니까 여자친구도 만들고 싶지 않아?"

 

(나) "음...막 만들고 싶고 그런건 아닌데...그래도 호기심은 있지. 어떤 여자가 좋냐면...경험이 없어서 아직 잘 모르겠지만...그냥 말 잘 통하고 눈이 초롱초롱하면서 피부가 좋은 여자? 그리고 막 옆에서 시끄럽게 말 걸고 그러기보다는 조용히 챙겨주고 필요할 때 얘기를 잘하는? 그런 여자한테 호감이 가는 거 같은데... ."

 

(하늘) "뭔가 나랑은 조금 다른 거 같은데...나는 말도 많고 눈이 막 초롱초롱한 느낌이 아니니까."

 

(나) "에이~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인거고. 너도 말을 안해야할 때는 알아서 잘 안하는 거 같은데 뭐. 그리고 잘 챙겨주기도 하고. 여자로서 충분히 매력이 있지~"

 

(하늘) "그래? 그럼 너는 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있어?"

 

(나) "어???" 나는 살짝 당황하면서 대답한다.

 

(하늘) "아니, 그냥 여자로서 보기에 어떻냐고. 그 정도도 대답 못하냐."

 

(나) "아하, 대답 못 할 거는 없지. 충분히 매력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일단 배려하려는 마음이 있으니까. 거짓말도 안하고. 상대방이 말하는 거에 대해서 적절한 반응이 뭔지도 잘 알아서 대화할 때도 재밌고. 이정도 대답이면 만족하세요?"

 

(하늘) "그렇구나, 답변은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살짝 만족하는 정도..? 나는 네가 남자로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가끔 틱틱거려도 사람을 계산적으로 대하질 않거든. 그리고 좋게 좋게 생각하려는 마인드도 있어서 편안하고. 외적으로는 웃을 때 눈웃음치는 것도 좀 귀엽기도 하고? 풉"

 

(나) "어이구 하늘씨,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뭔가 자신감이 올라간 것 같네요. 대학가서 한번 노력해보겠습니다. 허헛."

 

(하늘) "글쎄~~ 대학교 여자들이 너의 그런 매력을 알아볼까? 나니까 알아봐주지. 한참 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쉽지 않을걸?"

 

(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합니다~"

 

 

버스정류장에 하늘이가 타는 버스가 5분 남았다는 메세지가 떴다. 

 

 

(하늘) "아, 버스 벌써 오네. 나 다음 꺼 탈래. 너 가는 거 보고 갈라고."

 

(나) "아니지, 레이디 퍼스트 몰라? 추운데 먼저 타고 가. 부모님 걱정하시겠다."

 

(하늘) "싫어. 내 맘대로 할거야. 어차피 네 버스도 10분정도 밖에 안 남았어."

 

(나) "나 참, 최근 들어 이상한 고집을 부리네. 알았어. 그럼 겉옷 다 잠궈." 나는 하늘이의 겉옷 지퍼를 잡고 올려준다.

 

(하늘) "...고마워." 하늘이가 부끄럽다는 듯이 말한다.

 

(나) "에휴, 이정도는 해드려야지. 목도리도 빌려주고 그러셨는데."

 

(하늘) ".....야, 나...사실..." 하늘이가 머뭇거린다.

 

(나) "....?" 나는 가만히 듣고 있는다.

 

(하늘) "아...사실... 좀 추웠는데 지퍼 올리니까 따뜻해졌다고. 역시 임다온. 가끔 이런 츤데레 같은 모습이 있어."

 

(나) "그럼 그럼. 내가 또 한 츤데레 하지 않냐. 하하핫"

 

 

내가 타는 버스가 도착했다. 

 

 

(나) "하늘, 나 그럼 먼저 타고 갈게. 조심히 가고. 오늘 즐거웠어~"

 

(하늘) "그래, 잘 가고. 다음에 또 보자."

 

 

나는 버스에 타고 자리에 앉았다. 하늘이가 내가 제대로 앉았는지 밖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나는 자리에 앉은 후 하늘이에게 손으로 인사를 했다. '추운데 그냥 빨리 들어가지..' 뭔가 미안했다. 그리고 아까 하늘이가 나에게 뭔가를 말하려고 했었던 것 같은데 그냥 넘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한테 고백이라도 하려는 거였을까? 설마..' 곧 내 착각이 과하다는 생각과 함께 진짜 하늘이에게 뭔가 고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주 후면 서울로 올라가는데 그 전에 하늘이와 얘기를 해봐야겠다. 그리고 내가 필요하면 항상 도와줬던 하늘이한테 나도 도움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늘이는 버스에 타는 다온이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 자리를 찾아서 걸어가는 모습, 다온이가 손으로 인사하는 모습까지 모든 순간에 집중했다. 다온이가 탄 버스가 지나갔지만 공포특급에서 자신을 감싸줬던 모습, 내 지퍼를 올려줬는 모습들이 가슴 속에 여운으로 계속 남았다.

 

 

버스정류장에서 본인의 마음을 얘기하려 했지만...뭔가 용기가 나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이 답답했다. 내 친구를 좋아하는 것 같은 다온이. 하지만 그런 마음이 더 커지기 전에 다온이의 마음에 본인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들이 충돌하면서 다온이에게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그 때는 제대로 말할 수 있까?' 하늘이는 고민에 빠진 채로 버스를 탔다.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침대에 누웠다. 놀이기구를 타면서 생각보다 긴장을 많이해서 그런지 집에 오자마자 긴장이 풀려버렸고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하늘이에게 안부 문자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왔건만...그 새 까먹어버렸다. 오히려 내일이 신경쓰였다. 내일은 가람이를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누워서 내일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하다보니 노곤함이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