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그 남자의 흔한 이야기 Part 1-10(첫사랑 편)

느루 2022. 1. 24. 22:00

*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며 작가의 허락 없는 복사, 불법펌 등을 금지합니다.


 

나는 가람이에게 채팅을 걸었다.

 

 

(나) "하이~ 잘 들어갔어?"

 

(가람) "잘 들어갔지. 너도 잘 들어갔고?"

 

(나) "어, 나도 잘 도착했어. 친구랑 만난다더니 생각보다 금방 들어왔네!"

 

(가람이는 조금 시간이 지난 후 답장을 한다.)

 

(가람) "어, 그냥 친구가 잠깐 할 얘기가 있다고 해서 ㅎㅎ"

 

(나) "아하~ 쿨한 친구네 ㅎ 아까 말했던 언어영역 그거 있잖아. 혹시 내가 썼던 오답노트 언제 한 번 줄 수 있을까? 어차피 이제 쓸 일도 없고 해서...그냥 버리긴 아깝고.."

 

(가람) "아, 오답노트가 있다고 했지. 그래~ 나야 고맙지. 언제 주는 게 편해?"

 

(나) "음...다음주 화요일이나 목요일? 어때?"

 

(가람) "그러면...목요일에 보자. 화요일에는 시간이 안 될 거 같아 ㅠ"

 

(나) "그래 그럼 목요일에 보는 걸로!! 어디서 볼까? 교도문고 근처에서 보는 게 좋을거같은데...수험책도 같이 보는 게 좋을 거 같아서 ㅎㅎ"

 

(가람) "아~ 그럼 교도문고 있는 백화점 앞에서 보자. 저녁에 보는 거 괜찮지?"

 

(나) "어, 나는 상관없어 ㅎㅎ 그럼 그 때 봐~"

 

(가람) "고마워, 담주에 보자!"

 

 

우리의 짧은 채팅은 이렇게 끝났다. 그래도 다음주 목요일 가람이와 약속을 잡았다. 사실 조금 더 가람이랑 얘기를 해보고 싶었지만...목요일에 더 많은 얘기를 하면 될 것 같아서 참았다. 뭔가 홀가분했다. 큰 숙제를 끝낸 거 같은 느낌. 막상 약속을 잡고 나니 그 날 뭘 입어야 할지, 어떤 음식을 먹을지, 어떤 얘기를 하면 좋을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고민과 함께 '아직 가람이의 마음도 모르는데...그리고 오랜만에 예쁜 여자를 봐서 혹 하는건가...또 혼자 너무 고민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간은 흘러 다음주 수요일이 왔다. 하늘이와 놀이동산을 가는 날이다. 놀이기구들을 타야하니 옷은 편하게 입고 갔다.

하늘이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놀이동산은 정말 오랜만이다. 초등학교 때 간 이후로 처음이었다. 은근히 신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놀이동산 앞으로 가니 하늘이가 보였다. 나는 하늘이에게 인사를 했다.

 

 

(나) "하늘~ 언제부터 있었어? 그래도 나 시간 맞춰서 왔는데. 빨리 왔네."

 

(하늘) "온 지 얼마 안됐어. 요새 연락도 안하고...뭐하고 지냈냐."

 

(나) "아무래도 서울 올라가야하니까...부모님이랑 서울에서 살아야할 곳 좀 알아보고 그랬지."

 

(하늘) "아 맞네, 그럼 최대한 학교 근처에서 사는 게 좋지 않을까? 너무 멀리 살면 아침에 수업 들으러 가기 힘들잖아."

 

(나) "맞아, 그래서 학교 근처 위주로 찾아봤어. 너는 지원한 대학교 가기로 정했어?"

 

(하늘) "어, 나는 그냥 원래 가려고 했던 곳으로 가기로 했어. 취업도 나쁘지 않을 거 같고."

 

(나) "다행이다. 잘 됐네!! 그럼 오늘 아무 걱정 없는 거네. 신나게 한번 놀아보자~"

 

(하늘) "흐힛, 그럼 같이 바이킹부터 타볼까?"

 

(나) "바..이킹?? 아..무서운데...꼭 타야할까?"

 

(하늘) "야, 이 누나가 꽉 잡아줄테니까 무서워하지말고 타."

 

(나) "알았어...아.....좀 걱정되는데...하...일단 가서 타보자..."

 

 

나와 하늘이는 바이킹 줄에 서서 기다렸다. 사실상 거의 90도 만큼 꺾여서 올라가는 바이킹을 보니 아찔했다. 가슴이 콩닥콩닥거리고 다리도 살짝 떨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하늘이가 엄청 신나하는 것도 있고 막상 타보면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 번 타보기로 마음 먹었다. 

 

 

차례가 되어서 바이킹에 탔다. 들어갈 때 조금 머뭇거렸는데 하늘이가 보기에는 안 쓰러워보였는지 자리에 앉자마자 하늘이가 내 잠바를 한 손으로 꼭 잡아주었다. 고마웠다.

 

 

하지만 무서운 건 무서웠다. 바이킹이 최고 높이로 올라갔을 때는 정말 밑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무서워서 바이킹을 타는 내내 눈을 꽉 감고 있었는데 어느 새 바이킹 시간이 끝났다는 멘트가 나왔다. 손과 다리가 떨려왔다. 하늘이는 내려오면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하늘) "야~ 너 다리 왜 이렇게 떨어? (살짝 웃으면서) 이거 덩치만 크지~ 완전 쫄보네~ 저기 가서 앉아 있자. 진정 좀 해야할 거 같네."

 

(나) "하...보는 것보다 더 무섭네. 이걸 어떻게 즐기면서 타지? 최고로 올라갔을 때 바닥보니까 진짜 떨어질 거 같던데.... 두 번은 못 타겠다."

 

(하늘) "히히,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같이 탄 사람이 되는 건가? 여기서 좀 쉬다가 다음에는 조금 쉬운 걸로 가보자. 유령 나오는 공포특급이라는 건데 그냥 어두운데서 길 찾아 가는 거야. 너 스릴러 영화 잘 보니까 그건 괜찮을거야."

 

(나) "그래, 차라리 그게 낫겠다. 후...아무튼 나는 최선을 다했어. 그건 기억해라 김하늘..."

 

(하늘) "인정할게. 너 근데 얼마나 무서웠으면 어느 순간부터는 눈을 계속 감고 있더라. 좀 귀여웠어. 후훗."

 

 

나랑 하늘이는 조금 쉬다가 공포특급이 있는 쪽으로 갔다. 사람이 생각보다 없어서 금방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어둠이 눈을 가렸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어두운 주변에 눈이 적응을 했다. 하늘이는 중간중간 귀신이나 몬스터들이 튀어나올 때마다 깜짝 놀라했다. 그리고 무서운지 두 손으로 내 잠바를 꽉 잡았다. 중간부분이었나. 좀비 2명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부분이 있었다. 나도 깜짝 놀랐었는데 그 때 하늘이는 큰 비명을 지르면서 내 가슴팍으로 갑자기 확 들어왔다. 나도 무서웠지만 내가 무서운 티를 내면 하늘이가 정신을 못 차릴 것 같아서 하늘이가 충분히 안정을 찾을 때까지 그 자리에 그냥 서있었다. 5분쯤 지났을까. 하늘이는 살짝 울먹거리다가 안정을 찾았는지 '가자.' 라고 말했다.

 

 

공포특급 코스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니 눈이 부셨다. 하늘이는 넋이 나가 있었다. 그러길래 왜 오자고 한건지...이해가 잘 안됐다. 하늘이를 의자로 데려가 앉힌 후 잠시 기다려줬다.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니 근처에 핫도그랑 음료수를 파는 곳이 있었다. 내가 하늘이에게 물어봤다.

 

 

(나) "핫도그랑 음료수 좀 먹을래?"

 

(하늘) "어...물 하나만..."

 

(나) "그래, 나는 그럼 핫도그 하나 먹어야지~ 여기서 좀 쉬고 있어."

 

(하늘) "어...."

 

 

나는 핫도그 하나와 물 하나를 샀다. 핫도그에 케찹과 머스타드 소스를 같이 뿌려서 한입 베어물었는데 맛있었다. 바이킹을 타면서 체력이 생각보다 많이 소진되서 그런 것 같았다. 한 손에는 핫도그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물을 들고 하늘이가 있는 쪽으로 갔다. 하늘이는 물을 받자마자 벌컥벌컥 마셨다. 목이 많이 탔나보다. 

 

 

(나) "이제 정신 좀 듭니까? 김하늘씨."

 

(하늘) "하~~ 이제 좀 정신이 든다. 야, 나 좀 꼴 사나왔지? 와 저기 생각보다 무섭네."

 

(나) "조금? 아니 근데 왜 들어가자고 한거야. 그렇게 무서워하는데.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는 거의 울라고 하던데? 풉"

 

(하늘) "놀리냐? 바이킹 한 번 더 타러 갈까? 아니 친구들이 저거 재밌다고 추천해줬단 말이야. 이정도로 무서울 준 몰랐지. 그래도 고마웠어. 너도 같이 무서워했으면 진짜 공포특급이었을텐데 너는 별로 안 무서워해서 옆에 붙어있을 수 있었네."

 

(나) "아냐, 나도 바이킹 탈 때 도움 많이 받았으니까. 네가 잠바 잡아주니까 마음이 조금 편하더라."

 

(하늘) "그래? 그렇게 말해주니 기분이 갑자기 좋아지네. 야, 배고프니까 나도 핫도그 한 입 줘바."

 

(나) "놉, 절대 안되구요~ 가서 사드세요~"

 

(하늘) "내가 저럴 줄 알았다. 기대를 하질 말아야지 에휴."

 

(나) "장난이야. 푸훗, 많이 먹어. 자 핫도그 여깄다. 떨어트리지말고 잘 받아. 소스 흘리지 말고."

 

(하늘)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자상해~ 부끄럽게...(핫도그를 씹는다.) 와~ 이거 별거 아닌데 되게 맛있네. 정신적 고통을 너무 받아서 그런가. 히히"

 

(나) "야, 그냥 우리 이러지말고 저기 식당가서 떡볶이랑 오뎅 좀 시켜서 먹자. 그래야 이따가 다른 것도 좀 타지."

 

(하늘) "그래, 좋아. 공포특급에서 경호원 역할 해줬으니까 이 누님이 쏜다. 가자~"

 

 

나랑 하늘이는 놀이공원 내 푸트코트 비슷한 곳으로 갔다. 아까 말한대로 떡볶이랑 오뎅을 시켜서 먹었다. 둘 다 배가 고팠는지 말없이 흡입했다. 오뎅 국물까지 싹 긁어 마셨다. 앉아서 다음 놀이기구를 생각하다가 하늘이가 타고 싶어하는 다람쥐통을 타기로 했다. 우리는 먹은 것들을 정리하고 다람쥐통을 타러 갔다.

 

 

다람쥐통 앞은 대기열이 없었다. 가자마자 탈 수 있었다. 나는 '이거는 영화나 드라마 보면 연인들이 많이 타는 것 같던데...'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나도 모르게 다람쥐통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하늘이와 나는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다람쥐통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어서 창 밖을 바라보았다.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하늘이의 시선이 느껴졌다. 하늘이를 쳐다보니 하늘이는 눈을 피했다. 내가 하늘이에게 말을 걸었다.

 

 

(나) "음? 뭐 할 말 있어?"

 

(하늘) "아니,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여기 타니까 조금 어색해서..."

 

(나) "나도 좀 그렇긴 한데...이 놀이기구 자체가 원래 좀 그런 거 아닌가? 창밖에 봐봐. 저기~ 강도 보여."

 

(하늘) "그러네. 생각보다 경치가 좋다~" 하늘이가 살짝 일어나서 말한다.

 

(나) "그치? 지루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네~ 나중에 여자친구 생기면 한 번 타러오면 좋겠다."

 

(하늘) "여자친구? 네가 뭔 여자친구야. 누가 너 같은 겁쟁이를 좋아한다고~"

 

(나) "야~ 나 그래도 중학교 때 인기 좀 있었다고~는 뻥이고.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이런 생각은 미리미리 해두는 게 좋은거라고~ 후훗"

 

(하늘) "웃기고 앉았네. 나한테나 잘해. 나한테 잘하면 혹시 내가 너 좋아해줄 지 모르잖아? 풉"

 

(나) "뭐? 너한테 잘하라고? 됐네요. 저는 넓은 서울에서 미지의 여성을 찾아보려고요~ 기회의 땅 서울에서 말이에요~"

 

(하늘) "어쭈 서울 간다고 유세를 떨어요. 유세를. 헛발질하지말고 나한테나 잘해. 그래도 내가 너 잘 챙겨주잖아."

 

(나) "음...그건 맞지. 잘 챙겨주지. 이런 좋은 놀이공원도 오고 말이야."

 

(하늘) "그리고 좋은 친구도 소개시켜주고. 맞지?"

 

(나) "응? 누구? 가람이?"

 

(하늘) "어, 맞아. 가람이. 어떻게 바로 맞추실까. 참."

 

(나) "(약간 당황하면서) 네가 최근에 소개시켜준 게 가람이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하늘) "너 가람이한테 관심 있어?" 하늘이가 말을 자르고 대뜸 물어본다.

 

(나) "어...?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봐? 뜬금없네..."

 

(하늘) "아니, 그냥 저번에 셋이 다 같이 볼 때 보니까 내 촉이 그래서. 그럼 아니야?"

 

(나) "흠흠....아예 없는 건 아니지. 관심 있지. 근데 아직 가람이가 어떤지도 모르고 나도 오랜만에 새로운 여자를 봐서 그럴 수도 있는 거니까. 아직까지는 뭔가 명확하게 말하기 좀 그래."

 

(하늘) "그래..? 그렇구나. 그냥 그렇게 보이길래 한 번 물어본거야."

 

(나) "김하늘 생각보다 이런 쪽에 촉이 좋네..거의 귀신이네...갑자기 닭살이 확 돋네."

 

(하늘) "내가 아니라 별이가 봤어도 비슷하게 느꼈을 걸? 티 많이났거든?"

 

(나) "아...그래? 나는 나대로 노력했는데 티가 좀 났나보네...하하. 야 근데 너는 좋아하거나 남자친구 사귀면 하고 싶은 거 없어? 이제 대학생이잖아."

 

(하늘) "음...좋아하는 남자라...그건 노코멘트고. 남자친구랑 오면 하고 싶은 거는 좀 있어. 둘이서 빵 만들기, 산책 가기, 강아지랑 같이 놀기, 삼겹살 쌈 싸먹여주기, 뭐 이런거.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거였어. 놀이동산 가기."

 

(나) "오호, 그럼 내가 네 미래의 남자친구 마루타구나. 오늘을 잘 기억해놔. 너한테는 다 자산이 될테니. 음허허~"

 

(하늘) "뭐라는 거야? 이 바보가 진짜. 어? 벌써 다람쥐통 다 끝나간다."

 

(나) "바보인거 인정~ 그러네. 이거 생각보다 재밌다. 밖에서 보기에는 진짜 노잼으로 보였는데."

 

(하늘) "그러게. 나도 재밌었어. 다온아." 내가 느끼기에 부드럽고 여성스럽게 말한다.

 

(나) "어?? 어..그래 나도 재밌었어. 이제 내리자."

 

 

나와 하늘이는 다람쥐통에서 내렸다. 이후 놀이기구 2~3개를 더 타고 놀이동산을 나왔다. 점심 때쯤 놀이동산에 도착는데 벌써 저녁이었다. 밖은 깜깜해졌다. 집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우리는 같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