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그 남자의 흔한 이야기 Part 1-6(첫사랑 편)

느루 2022. 1. 16. 23:32

*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며 작가의 허락 없는 복사, 불법펌 등을 금지합니다.


 

가람이와의 채팅 후 나는 가람이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가람이한테서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하늘이랑 같이 보는 것에 대해 얘기를 해보는 게 순서라고 생각했다. 때마침 오늘은 하늘이, 상현이, 별이를 다 같이 보는 날이다. 기회가 될 때, 하늘이에게 얘기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상현이와 별이는 모두 초등학교 동창이다. 상현이는 어렸을 때부터 키가 크고 재밌는 친구였다. 나서서 말을 하는 친구는 아니었지만 친구들이 말을 걸어주면 재밌게 대답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래서 항상 주변에 친구들이 많았다. 

별이는 차분한 느낌의 친구였다. 흔히 어른들이 말하는 '참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여자애였다. 별이 자체가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렸던 탓에 서로 말문이 트이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하지만 막상 친해지고 나니 말이 생각보다 많고 이런 저런 얘기를 조리있게 잘하는 친구였다.

 

 

여느 때와 같이 우리는 백화점 앞에서 만났다. 이번에는 다 같이 모여서 자주 가는 피자집을 같이 가기로 했다.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상현이가 보였다.

 

 

(상현) "요~ 오랜만이야. 다운. 잘 지냈어?"

 

(나) "잘 지냈지. 수능도 끝났는데 계속 놀기만 하니까 너무 좋네. 너 근데 저번 모임에 왜 안 왔어?"

 

(상현) "아, 수능 못 봤다고 엄마가 뭐라고 하길래 좀 싸웠거든. 그랬더니 엄마가 방 안에 박혀서 어디 나갈 생각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뭐...그냥 박혀있었지..."

 

(나) "흠..지금은 괜찮아진거야?"

 

(상현) "괜찮은 거 같진 않은데...뭐 어떡해. 이미 수능은 끝났고 점수는 나와버린걸. 후후. 일단 대학교 발표 나는 거 보고 엄마랑 다시 얘기해보기로 했어."

 

(나) "그게 낫겠다. 대학교 합격하면 다 끝나는 거니까. 오늘은 그냥 아무생각없이 놀자고~"

 

(상현) "그래, 걱정한다고 되는 일도 없고. 어~ 저기 별이랑 하늘이 온다~"

 

(나) "둘이 손 잡고 오네. 빨리 와~ 추워~"

 

(하늘) "임다온. 너는 남자가 이 정도 추위도 못 참냐. 빨리 피자 먹으러 가자. 배고프다."

 

(별이) "미안..좀 늦었네. 다음부터는 빨리 나올게."

 

(나) "김하늘. 별이한테 좀 배워. 사과부터 하는 게 정상이야. 정. 상. 어?. 우리 착한 별아. 부족한 하늘이, 어떻게 교육 좀 시키면 안 되겠니?"

 

(상현) "동의합니다. 임다온님." 웃으면서 말한다.

 

(하늘) "너네 3명이서 지금 나 공격하냐. 한 번 덤벼봐. 내가 말빨로는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이긴다~ 임다온 까불지 말어." 주먹으로 임다온의 배를 살짝 친다.

 

(나) "내 신성한 배를 쳐? 나도 그럼 복수다." 큰 키를 이용하여 하늘이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고 도망친다.

 

(하늘) "야 임다온. 너 어디가~ 지구 끝까지 쫓아간다!! 너 죽었어~" 하늘이가 도망치는 나를 쫓아간다.

 

(상현) "쟤네는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아니 무슨 커플 같기도 하고..좀 이상하다 말이지...안 그래 별아?"

 

(별이) "어...좀 그런 거 같기도 해. 티격태격하는 커플 같은 느낌이 조금 있어...우리는 저렇게 뛰어서 가진 말자. 힘들어."

 

(상현) "예이예이~ 우리는 천천히 가서 쟤네들이 시켜 놓으면 거기 숟가락만 얹으면 되겠다." 상현이가 살짝 웃는다.

 

 

나와 하늘이가 먼저 피자집에 도착했다. 우리는 서로 휴전을 선언한 다음 자리에 앉았다. 메뉴는 하프앤하프로 미디움 2판을 시켰다. 그리고 약간의 금액를 추가하여 샐러드바도 이용하였다. 나와 하늘이가 샐러드바에서 이것저것 담고 있는 와중에 상현이와 별이가 도착했다.

 

 

(별이) "얘들아..나는 감자샐러드 좀 퍼 줘. 부탁해."

 

(상현) "그럼 나는 저거~ 토마토 파스타~"

 

(나와 하늘) "이건 푸는 사람 마음이야. 꼬우면 너네가 일찍 오던가." 이럴 때는 죽이 잘 맞는 둘이 서로 보면서 웃는다.

 

(상현) "다음에 그냥 내가 퍼야겠군...아무튼 저 둘은 이상해.."

 

 

샐러드바에서 담아온 것들을 먹다보니 피자가 나왔다. 나는 포테이토 피자를 좋아했기 때문에 포테이토 피자를 먼저 집었다. 그러자 하늘이가 말한다.

 

 

(하늘) "임다온. 너는 진짜 포테이토 피자를 좋아하는구나. 여기 옆에 있는 게 더 비싼 건데 그거부터 잡냐. 아무튼 예전부터 포테이토 피자만 보면 정신을 못 차려요~"

 

(나) "남이사~ 네가 챙겨줄 거 아니면 뭐라 하지 말아주세요. 김하늘씨." 나는 피자를 한 입 문다.

 

(별이) "아~ 다온이는 포테이토 피자를 좋아하는구나. 나는 별로 안 좋아하니까 네가 내 것도 먹어."

 

(나) "오예. 땡큐. 별아. 너는 정말 내가 본 여자애들 중에 제일 천사같아.  네 포테이토 피자 내가 잘 받아갈게."

 

(하늘) "야. 피자 줬다고 뭔 천사드립이야. 웃긴 놈일세. 나도 포테이토 피자 주면 천사 시켜주는 거냐?" 

 

(나) "그건 생각 좀...." 내가 웃으면서 말한다.

 

(상현) "생각할 만해." 상현이도 웃으면서 말한다.

 

(하늘) "됐네요. 그냥 내가 다 먹을란다. 근데 얘들아 샐러드바 비었다. 아까 안 푼 사람들이 좀 퍼와야하지 않을까?" 하늘이가 장난치듯이 말한다.

 

 

상현이랑 별이가 말 없이 일어나서 샐러드바로 간다. 하늘이랑 나는 둘이서 피자를 먹는다. 하늘이가 조용히 디핑소스를 나한테 넘겨준다.

 

 

(하늘) "너는 이거 매번 찍어먹더라. 여기 있으니까 가져가서 발라 먹어."

 

(나) "오~ 어떻게 알았지? 잘 찍어먹겠슴다. 누님."

 

(하늘) "그래. 앞으로도 말 좀 잘 들어라. 너 챙겨주는 건 나밖에 없어. 알겠지?"

 

(나) "알겠어. 대신 조건이 있음."

 

(하늘) "뭐? 뭔 조건인데?" 하늘이가 약간 당황하다는 듯이 말한다.

 

(나) "우리 가람이랑 같이 저녁 한 번 먹자."

 

(하늘) "어? 가람이랑 셋이? 왜? 갑자기?"

 

(나) "아 그게 너한테 연락처 한 번 받았잖아. 그래서 둘이 얘기 좀 하다보니 네 얘기도 나와서...같이 한 번 보기로 했거든. 어때? 별론가?"

 

(하늘) "아니...상관없어. 약간 뜬금없긴 한데...둘이 이미 얘기가 그렇게 된 거라면 맞춰야지. 근데 너 이상하게 자꾸 가람이 가람이 거린다? 응?"

 

(나) "뭘 가람이 가람이 거려. 말도 제대로 안 섞어본 사이구만. 그냥 둘이서 잠깐 연락했는데...어쩌다보니 그렇게 된거야. 그럼 가람이랑 연락해서 날짜 먼저 잡아볼게. 아니면 너희 둘이서 잡고 나한테 알려주던가."

 

(하늘) "나랑 가람이랑 날짜를 잡고 알려주는 게 나을 듯. 너보단 내가 가람이랑 더 친하니까. 근데 뭐할지 어디갈지 뭐 이런 거는 정한거 아니지?"

 

(나) "어, 정한 건 하나도 없어. 그냥 한 번 보자는 거지. 암튼 그럼 보는 걸로~~" 내심 속으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약간의 긴장이 풀렸다.

 

(하늘) "별일이네 참. 임다온 네가 약속잡는데 적극적이고 말이야. 이상해~ 임다온~. 둘이 뭐 있는 거 아니야?"

 

(나) "진짜 아무것도 없어. 저번에 본 게 다임. 야 그리고 무슨 의도가 있었으면 둘이서 봤겠지. 너랑 같이 왜 보냐?"

 

(하늘) "음..생각해보니 그건 또 그렇네. 알겠으니까 날짜 잡고 알려줄게. 피자나 먹어라."

 

 

상현이랑 별이가 샐러드바 접시를 꽉 담고 자리로 돌아온다. 네 명은 서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피자와 샐러드바를 맛있게 먹는다. 시간이 지나서 넷은 피자를 다 먹고 자리를 일어나려고 한다.

 

 

(하늘) "어디 카페라도 갈래?"

 

(별이) "아..나는 먼저 가봐야할 것 같아. 집에서 오늘은 빨리 들어오래."

 

(상현) "나도 눈치보여서 먼저 들어가야할 거 같아."

 

(나) "음..그럼 어떡하지? 하늘아 어떡할래?"

 

(하늘) "그럼 우리 둘이 카페 가서 커피 한 잔하고 가자. 지금 들어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일러."

 

(나) "그래. 그럼. 별이랑 상현이는 다음에 또 보자고~"

 

 

넷은 피자집을 나와서 각자 길을 간다. 별이와 상현이는 버스정류장으로. 나랑 하늘이는 근처 카페로. 둘은 별이와 상현이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동창친구들과 종종 가는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하늘) "여긴 언제 와도 쾌적해~. 너 뭐 마실래? 이 누님이 쏜다."

 

(나) "난 밀크티. 아이스로."

 

(하늘) "그거 시킬 줄 알았다. 아아 하나랑 밀크티 아이스 하나 주세요~"

 

 

나는 창가 자리에 아무생각 없이 앉았다. 하늘이도 내 자리 앞에 와서 앉았다. 그런데 하늘이를 가만히 보니 평소에 안 하던 눈화장을 한 것 같다. 저번에 볼 때보다 뭔가 달라진 거 같더니...눈화장 때문인가 싶었다. 왜 했는 지 물어보고도 싶었지만...하늘이가 싫어할 거 같아서 물어보지 않기로 정했다.

 

나는 이런 하늘이의 모습에 낯설음을 느꼈다. 하늘이도 내가 낯설어하는 걸 눈치챈걸까. 하늘이가 침묵을 깨기 위해 나한테 말을 걸었다.

 

 

(하늘) "내 얼굴에 뭐 묻었어? 평소랑 다르게 2초 이상 쳐다보네."

 

(나) "아니. 그냥 멍 때렸어."

 

(하늘) "너는 멍을 내 얼굴 보면서 때리냐. 하긴 내 얼굴이 나쁘진 않지. 앞으로도 필요하면 한번씩 보라구~후훗" 하늘이가 웃으면서 말한다.

 

(나) "미치지 않고서야 저런 말을 대놓고 하다니. 역시 넌 정상이 아니야."

 

(하늘) "그걸 이제 알았냐? 근데 어떡하나~ 나랑 친한 너도 정상이 아닌 거 같은데~"

 

(나) "틀린 말은 아니라서 반박을 못 하겠네. 야 근데 오늘 화장이 좀 달라졌나~ 저번보다 쬐~~끔 이뻐진 거 같은데? 옷도 샤방샤방하고."

 

(하늘) "그래? 음...나도 이제 성인이니까 조금 화장을 더 해봤지. 어때? 괜찮은 것 같아?" 하늘이가 약간 다운되고 여성스러운 톤으로 말한다.

 

(나) "어, 예전보다 나은 것 같아. 뭔가 좀 더 여성스러운 느낌이 있어. 내가 보기에는 괜찮은 듯?"

 

(하늘) "오호라~ 까다로운 임다온씨의 눈을 통과했으면 됐네요. 음료수 나왔네. 내가 가지고 올게~" 하늘이는 살짝 부끄러운지 음료수를 받으러 빠르게 간다.

 

 

나는 속으로 예뻐졌다는 말을 괜히 했나 싶었다. 요새 하늘이가 부쩍 나를 신경 쓰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번 모임때도 그렇고...사실 오늘도 하늘이가 약속장소에 나랑 같이 가자고 문자를 했다. 나는 혼자 오는게 더 편해서 적당히 핑계를 대고 혼자 왔지만...이런 하늘이의 행동들이 신경 쓰였다. '혹시 하늘이가 나를 이성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평소에 말하는 걸 보면 친구 같다가도..최근 들어 만날 때 화장하는 거나 옷 입는 것들, 그리고 가끔씩 하는 말을 보면 나를 이성으로 생각하는 거 같기도 했다. 이걸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지 마음 속으로 고민이 됐다. 일단은 천천히 하늘이의 행동과 말을 지켜보기로 했다.

 

 

하늘이가 음료수를 가지고 돌아왔고 우리는 수능 끝나고 어디 대학교를 갈 건지,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 등등 다양한 얘기를 하다가 카페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