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그 남자의 흔한 이야기 Part 1-4(첫사랑 편)

느루 2022. 1. 13. 14:31

*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며 작가의 허락 없는 복사, 불법펌 등을 금지합니다.

 

 

나는 하늘의 일촌을 클릭하고 목록을 살펴보았다. 스크롤을 쭉 내리다보니 가람이가 있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가람이의 사이버월드를 클릭했다. 그런데 가람이의 사이버월드는 비공개였다. 그녀의 사생활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들어왔건만....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사이버월드를 통해 가람이를 좀 더 알고 싶으면 일촌 신청을 걸어야했다. 하지만 내 스스로 일촌 신청을 걸어도 되는 사이인지 의문이 들었다. 비록 얼굴은 보았지만 몇 마디 해보지도 않은 사이였다. 그리고 가람이는 이미 나라는 존재를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나 혼자만 이렇게 오두방정을 떨고 있을 것 같은 느낌.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고 싶은 마음에 컴퓨터를 끄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뭐지? 왜 이러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에 홀린 사람처럼 컴퓨터를 후다닥 켰다가 후다닥 꺼버리는 내 스스로가 이상했다. 그리고 가람이는 어차피 친구들과 한 번은 더 볼 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나 혼자 서둘러서 막 알아볼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막상 친구들과 같이 보는 상황을 상상해보니 친구들과 같이 보는 건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보단 주변 친구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둘이서만 보고 싶었다. 그리고 둘이서 밥 먹으면서 얘기도 해보고...제대로, 천천히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과 웃음을 보고 싶었다. 

 

 

이성을 보고 싶다는 생각과 감정. 이런 일이 내게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마음은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거라는 걸 내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마음에 집중해서 생각해보니 결국 일촌 신청 까짓거 밑져야 본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되면 좋고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드는 것도 아니고, 그냥 클릭해서 신청 버튼 하나만 누르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걸...왜 이걸 고민해야하지?' '사나이 임다온, 이런 것도 못하냐?'

 

 

나는 다시 컴퓨터를 켰다. 사이버월드에 접속해 다시 가람이의 페이지로 들어갔다. 일촌 신청 버튼이 눈에 보였다. 누를까 말까. 누르면 그녀가 알게 된다. 내가 그녀의 페이지를 찾아서 들어왔다는 걸. 그래도 일촌이 된다면.. 그리고 그녀가 올린 사진과 게시글을 볼 수 있다면.. 이 미칠 것 같은 궁금증이 조금은 해소될 것 같았다. 또 일촌이 되면 일촌끼리만 연결되는 노트온이라는 메신져의 친구가 될 수 있다. 가람이와 인터넷 채팅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후... 고민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어 일촌 신청 버튼을 눌러버렸다. 딸깍. 어차피 신청버튼을 누르고 싶었던 나에게 지금까지의 과정은 신청 버튼을 눌러야하는 명분과 이유를 찾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배는 떠나갔다. 그녀가 받아주냐 안 받아주냐. 그것만 남아있다. 누르고나니 마음이 조금 후련해졌다.

 

 

하지만 막상 그녀가 거절을 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니...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마치 살짝 고백했다가 차인 느낌과 비슷한 감정을 받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도 침대에 누워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다가 잠에 들었다.

 

 

윙~윙~ 

휴대폰에 전화가 왔다. 하늘이의 전화였다. 나는 자다가 깬 목소리로 하늘이의 전화를 받았다.

 

 

(나) "어....무슨 일이야? 하늘아."

 

(하늘) "야, 자다가 일어났냐? 왜 이렇게 답장을 안해. 애들이랑 대충 약속시간 잡았는데 문자 답장을 해줘야 날짜를 정하지. 내일 모레 어때? 상현이랑 별이랑 같이 볼 건데. 겨운이는 못 올 거 같고."

 

(나) "아하, 내일 모레...시간 될 것 같아. 저녁 맞지?"

 

(하늘) "어, 당연히 저녁에 봐야지. 그럼 내일 모레 보자고 문자 보낸다. 날짜 확정!"

 

(나) "좋아좋아. 아~ 맞다 하늘아. 혹시 가람이는 연락해봤어?"

 

(하늘) "가람이? 아니 연락 안 했는데..? 한 번 물어볼까? 근데 너 가람이 은근 되게 챙기네. 나한테나 좀 그래라."

 

(나) "아니 그냥 친구들이랑 같이 지내면 좋으니까 그런 거지. 연락 안했으면 그냥 우리끼리 보자. 괜히 부담 가질 수도 있으니까."

 

(하늘) "음..그래, 그럼 우리끼리 보자. 다음에 또 같이 보면 되지 뭐. 야 아무튼 내일모레다. 자다 일어났다고 까먹지 말고."

 

(나) "어. 어차피 잊어버린 거 같으면 네가 또 전화줄 거 잖아~~하하."

 

(하늘) "무슨 소리하는거야. 마치 내가 너 챙겨주는 사람인 것처럼 말하네. 내가 네 엄마냐? 내가 버릇을 잘 못 들여놨네. 에이 그건 모르겠고 내일 모레 학교 끝나고 백화점 앞으로나 와라. 아니면 나랑 학교 끝나고 만나서 같이 가던가."

 

(나) "그래~ 내일 모레 학교 끝나고 내가 연락할게~ 잘 쉬어."

 

(하늘) "어. 그럼 내일 모레 연락하고~ 또 내가 먼저 연락하게 하지 말고 ^^ 알겠지? 그럼 잘 자. 빠이~"

 

 

하늘이와 전화를 하다보니 잠이 다 깼다. 시간은 저녁 11시 30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저녁 6시쯤부터 5시간은 내리 자서 그런지 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나보니 아까 가람이에게 걸었던 일촌신청이 생각났다. 당시 사이버월드를 했던 친구들 대부분 그랬듯...가람이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저녁에 본인의 사이버월드를 한번쯤은 확인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바로 컴퓨터를 키고 사이버월드에 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치고 로그인했다. 두근두근. 짧은 시간이지만 가슴이 빠르게 쿵쾅거렸다. '내 신청을 받아줬을까? 아직 확인을 못 했을까? 아니면 거절했을까?' 3가지 선택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 속을 계속 맴돌았다. 그 와중에 급하게 타자를 치느라 비밀번호 오류가 2번이나 나는 이 상황이 스스로 웃기면서도 황당했다. 로그인을 하고 나니 알림창에 한가지 메세지가 떴다.

 

 

"가람님께서 일촌 신청을 허락하였습니다." 순간 너무 기뻤다.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혼자 웃고 있는 나였다. 흐흐흐흐흐. 지금 돌이켜 당시의 나를 생각해보면 이 순간만큼은 대학교를 합격한 순간 만큼이나 기뻤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메신져를 확인해보니 가람이가 친구로 자동 등록되어있었다. 가람이는 온라인 상태였다. 지금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을지도, 그리고 내 사이버월드를 둘러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메신져에 있는 가람이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말을 걸어보기 전에 그녀의 사이버월드 페이지를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가람이의 페이지를 클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