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그 남자의 흔한 이야기 Part 1-5(첫사랑 편)

느루 2022. 1. 14. 17:02

*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며 작가의 허락 없는 복사, 불법펌 등을 금지합니다.



가람이의 사이버월드에는 여러 사진들이 업로드되어 있었다. 친구들과 여행 간 사진, 셀카, 식당에서 찍은 사진 등등 가람이의 일상을 볼 수 있었다. 사진과 방명록을 살펴보니 주로 여자인 친구들과 소통을 하는 듯 했다. 아무래도 여고를 다니다보니 그런 것 같았다.


사진의 대다수는 여행 사진, 그리고 친구들과 학교나 밖에서 놀다가 찍은 사진들이었다. 사진과 같이 올린 글들이 약간 사차원스러웠다. 사진과 글들을 보니 여성여성한 것보다는 재밌고 웃긴 것들을 더 좋아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음식 사진은 주로 파스타, 피자 같은 양식과 관련된 사진들이 많았다. 나중에 식당을 같이 가게 되면 양식을 먹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20분정도 게시물을 보면서 댓글을 관찰하다보니 몇몇 남자로 보이는 일촌들의 댓글들이 보였다. 주기적으로 댓글을 다는 남자들이 몇 명 있었다. 친구로 보이는 남자들로 보이지만...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이후 다른 게시물들도 관찰하면서 용의자?로 보이는 남자 몇 명을 세심하게 체크했다. 하지만 최근 사진들을 볼 때, 커플 같은 느낌의 사진들은 없었다.


사이버월드를 관찰한 결과, 내 스스로 '가람이가 남자친구가 있을 확률은 낮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커플 느낌의 사진도 없고 페이지 내 일기장에도 그런 느낌의 글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람이의 사이버월드를 얼추 다 보고 메신져를 켰다. 가람이는 여전히 온라인 상태였다. 12시가 넘어가는 저녁인데...누구랑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그리고 그녀의 온라인 상태를 보고 있으니.. '나라는 사람이 메신져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을까?(당시 노트온은 일촌 친구 로그인 시 로그인 했다는 알람이 바로 떴다.)' '왜 말을 먼저 안 걸어줄까?' '내가 그냥 그랬나?' '나한테 관심이 없나?', '간단하게라도 인사를 먼저 건네볼까?' 하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다.


사실 가람이가 일촌을 수락한다면 그녀와 인터넷 채팅을 해보고 싶었다. 과거에도 다른 친구들과 채팅을 통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예전보다 친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 더 친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가람이에게 채팅을 걸었다.


(나) "안녕! 잘 지냈어? 일촌 받아줘서 고마워 ㅎㅎ"

(그녀의 답변이 바로 오지않아 잠시 당황한다.)

(30초 뒤)

(가람) "안녕. 일촌 받는 거 그게 뭐라고...저번에는 재밌게 잘 놀았어."

(나) (생각보다 딱딱한 그녀의 말투에 살짝 놀란다.) "나도 그 날 즐겁게 놀았어! 너 찰랑찰랑 잘 부르더라. 그리고 그 노래를 선곡할 줄은 몰랐어 ㅋㅋㅋ 덕분에 진짜 오랜만에 들었어 ㅋㅋㅋㅋ "

(가람) "다들 신나는 노래 부르길래 그냥 불렀어...ㅎㅎ"

(나) "오랜만에 들어서 그런지 노래 좋더라 ㅎㅎ 그리고 혹시 하늘이가 얘기했어? 연락처 관련해서"

(가람) "아 그거. 하늘이한테 얘기 들었어. 근데 네가 연락을 안하길래 딱히 신경은 안 쓰고 있었어. 근데 내 연락처는 왜 받아간거야?"

(나) "별 건 아니고...그냥 앞으로 연락하고 지내면 좋을 거 같아서 받았어. 혹시 기분이 안 좋거나 그랬다면 사과할게."

(가람) "아니야 ㅎ 그런 거라면 상관 없지. 친구들끼리 친하게 지내면 나쁠 건 없으니까."

(나) (나는 내심 기쁘다.) "그래? 오..그러면 다음에 시간되면 밥이나 먹으러 갈래?"

(가람) (약간 당황한 듯) "어....그래. 뭐 시간 되면 그러자. 근데 둘이 먹자고?"

(나) "아 꼭 둘이 먹자는 건 아니고...하늘이랑 같이 먹어도 되고."

(가람) "그럼 나중에 하늘이랑 같이 보든가 하자. 뭐 둘이서 봐도 상관 없긴 한데..하늘이랑 같이 보는게 더 편하지 않을까?"

(나) "음...나는 사실 둘이서 봐도 괜찮은데..그럼 다음에 시간 맞춰서 하늘이랑 같이 한 번 보자!"

(가람) "응. 그럼 나중에 연락해! 난 늦어서 이만 자러 가야할 것 같아. ㅂㅂ"

(나) "ㅂㅂ. 잘 자고 푹 쉬어."

(가람님이 채팅방에서 나가셨습니다.)


뭔가 허무했다. 나름 마음 고생? 까지는 아니더라도 고민을 해서 일촌을 걸었고 채팅을 했건만...생각보다 별 게 없었다. 딱히 더 친해진 것도 아니고...


그리고 가람이가 둘이서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 다는 점이 꽤나 아쉬웠다. 나랑 같은 마음이 아닌 거니까. 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람이는 나보다 잘 생기고 멋있는 남자애들과 어울리는 게 당연할만큼 예쁜 친구니까.


그래도 나름 소기의 성과는 있었다. 일촌 신청도 하고 채팅을 하면서 연락처 관련된 얘기도 했으니...내 스스로 가람이한테 연락하는 것 자체에 대한 장벽? 어려움?은 많이 사라졌다. 나도 모르게 약간의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도 조금은 친해진게 아닐까? 하는 혼자만의 느낌. 앞으로 친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 이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하늘이와 같이 가람이를 어디서, 어떻게 봐야할지가 고민되었다. 그리고 내 친구 하늘이는 도와달라고 하면 무조건 도와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항상 어려운 일이 있거나 고민이 있으면 도와줬던 내 친구 하늘. 예상치 못하게 이런 예쁜 친구를 소개시켜주다니 참 고마운 친구다.


침대에 누워 가람이와 데이트를 하는 상상을 했다. 파스타 집에서 까르보나라를 먹으면서 같이 웃는 모습. 밥 먹고 카페에서 떠는 모습. 가람이를 집으로 데려다주는 모습. 그리고 가람이와 잘 되고 나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하늘이한테 근사한 밥을 쏘는 장면 등등..


나는 이런저런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면서 천천히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