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그 남자의 흔한 이야기 Part 1-2(첫사랑 편)

느루 2022. 1. 9. 22:22

*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며 작가의 허락 없는 복사, 불법펌 등을 금지합니다.

 

 

 

가람이는 오자마자 콜라부터 마셨다. 목이 마려웠는지 벌컥벌컥 마셨다. 

 

 

(나) "혹시 여기 와보셨어요?" 내가 궁금한 듯이 물었다.

 

(가람) "아..네, 친구들이랑 한 두 번 와봤던 것 같아요..."

 

(겨운) "어? 근데 어디 쪽 고등학교 나오셨어요? 우리 동네 사람이신가요??"

 

(가람) "아..아마 비슷한 동네일거에요. 근데 조금 멀지도..?? 신기루아파트라고 아세요? 거기 살아요."

 

(겨운) "아~ 우리집에서 그렇게 멀진 않네요. 하늘이랑 제일 가깝겠네. 다온이랑 제일 멀고."

 

(하늘) "맞아. 여기 중에서는 우리 집이랑 제일 가깝긴 하지. 우리 친구들이 먼저 물어보는 거 보니까 첫인상은 합격한 거 같은데..??"

 

(나) "응. 합격. 가람씨?님? 친하게 지내요~ 근데 어색하니까 말도 놓는게 좋을 거 같은데...어떠ㅓ애?!"

 

(가람) "어..어. 그래. 말 놓자. 어차피 다 동갑일테니까.."

 

(겨운) "다온이 저놈 가람이 편하게 해주려고 엄청 노력하네. 난 겨운이라고 해. 소개가 늦었네. 하늘이한테 얘기 들었는데..나도 수능 망했어. 난 아마 재수해야할 거 같아 하하하."

 

(가람) "...나도 그럴 거 같아.."

 

(하늘) "야 뭘 또 그런걸 말하냐. 진짜."

 

(겨운) "내 맘이거든요. 내 입이거든요. 어쩌라고~~"

 

(나) "또 이러네. 가람아 치킨도 먹어봐. 여기 치킨 맛있어. 아.. 먹어봤겠구나?! 하하. 미안. 오지랖 부렸네."

 

(가람) "고마워. 사실 배가 좀 고팠거든. 점심도 제대로 안 먹어서..."

 

 

넷은 생각보다 케미가 잘 맞았다. 수능 끝난 여느 고3 학생들처럼 웃고 떠들었다. 어느새 치킨도 다 먹고 자리를 옮길 때가 되었다. 

 

 

(하늘) "다 먹었지? 우리 노래방 가자~ 나 노래방 가고 싶엉~"

 

(겨운) "네가 가자고 하면 가야하냐? 싫은데~ 나는 싫은데?"

 

(하늘) "아오 저 초딩새끼. 어차피 넌 결정권 없어. 다온아 가자~ 다온씨 좀 가줘잉~"

 

(나) "왜 생전 안부리던 애교를 부리냐..그래 가자. 뭐 할 것도 없으니까... 가람이도 괜찮지..?"

 

(가람) "어. 가자~ 난 괜찮아!"

 

 

넷은 주변 노래방에 들어갔다. 하늘이가 먼저 선곡을 했다. 노래 제목은 남행열차. 옛날 노래지만 신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노래도 노래였지만 하늘이 특유의 밝은 에너지와 잘 맞았다. 

 

 

나는 그 와중에 뭘 불러야할지 계속 고민중이었다. '가람이는 무슨 노래를 좋아할까? 오바하지말고 신나는 노래나 부르자.' 무난한 노래를 선곡했다. 노래는 빅뱅의 마지막 인사.

 

 

(가람이가 재밌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노래를 부르면서 가벼운 춤 동작을 섞었다. 잘 추지는 못하지만 흥을 돋구는 데는 성공한 것 같았다. 가람이도 겨운이도 하늘이도 모두 같은 동작을 따라하고 있었다.

 

 

나의 노래가 끝나고 가람이가 선곡을 했다. 노래 제목은 찰랑찰랑. 나는 생각보다 구수한 선곡에 놀랐다. 가람이의 목소리가 고와서 듣기 좋았다. 나의 노래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가람이도 약간의 몸 동작을 섞어서 노래를 불렀다. 

 

 

한바탕 신나는 노래타임이 끝나고... 하늘이가 조용한 노래를 선곡했다. 분위기를 잘 이끄는 하늘이다운 선택이었다. 하늘이는 예나 지금이나 노래를 잘했다. 근데 오늘은 마치 누가 들어줬으면 하는 것인지 열창을 했다.

 

 

겨운이는 자기는 노래를 잘 못 부른다고 차례를 넘겼다. 가람이도 조용한 노래는 잘 안 부른다고 차례를 나에게 넘겼다. 나는 노래방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일단 생각나는 노래를 아무거나 예약하고 불렀다.

 

 

노래 제목은 봉태규의 처음보는나. 평소에 자주 들었던 노래여서 자연스럽게 부르게 되었다. 나는 편안하게 불렀다. 나의 미성은 이 노래와 잘 맞았다. 

 

 

하늘이는 다온의 그런 모습을 예전부터 좋아했다. 겉으로는 츤데레 같지만 속은 여린 느낌. 노래 부르는 다온의 모습을 멋있다고 생각했다. 

 

 

노래방 시간이 끝났다. 나 혼자 집으로 가는 길에 문자메세지가 하나 왔다. 

 

 

"야, 임다온 너 어딨어?" 하늘이로부터 온 문자였다. '나는 뭐지?' 하는 생각에 문자에 답장을 하기 보단 그냥 전화를 했다. 

 

 

(나) "어? 나 집에 가는 길인데? 무슨 일 있어?"

 

(하늘) "나 지금 그 쪽으로 가는 길인데 좀만 내려올래?"

 

(나) "잉? 집에 안 갔어? 음...무슨일이지...알겠어. 그 우리 학교 앞 은행사거리 앞에서 보자."

 

(하늘) "어~ 빨리와."

 

 

나는 하늘이의 이런 행동이 낯설었다. 평소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희한하다는 생각과 무슨 큰 일이 있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은행사거리 앞으로 갔다.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었다. 한 10분쯤 기다리니 저기서 하늘이가 보였다.

 

 

횡단보도 사이를 두고 손을 흔드는 하늘이의 모습이 보였다. 뭐가 그리 신났는지 발을 동동 점프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다온이도 손을 흔들어줬다. 속으로 '대체 뭐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하늘) "미안. 갑자기 불러서.." 하늘이가 숨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 "야. 왜그래? 무슨일 있어?" 다급하게 물었다.

 

(하늘) "아니 아니 그냥 별 일 없어. 그냥 온거야 그냥."

 

(나) "어? 그냥 왔다고? 왜? 그럴리가 없는데...내가 아는 이하늘씨는??"

 

(하늘) "그냥 오늘 집에 좀 들어가기가 싫어서...가람이 데려다주고 왔다. 이놈아. 왜? 불만이냐?"

 

(나) "아..그래. 뭐 어디 편의점 앞이라도 갈까?"

 

(하늘) "아니 그냥 좀 걸을래. 너희 집쪽으로 쭉 가자."

 

(나) "그래. 그럼. 그런데 그럴거면 왜 일로 오라고 한거야.."

 

(하늘) "그냥 따지지말고 가면 안되냐. 아오. 너도 겨운이 닮아갈래?"

 

(나) "앗..그건 좀...알았어. 가자~"

 

(하늘) "히히. 오늘 재밌었어? 가람이 예쁘지?"

 

(나) "어? 아..가람이 예쁘더라. 네 말대로. 내가 본 여자들 중에서는...가장 예쁜 축에 속하는 것 같아..하하"

 

(하늘) "뭐? 음...하긴 걔가 남자들한테 인기가 좀 많긴 하지. 내가 봐도 예쁘긴 해. 뭐 걔한테 관심있냐?"

 

(나) "에이..뭐 처음 봤는데~ 노래방에서 같이 놀아보니까 뭔가 우리랑 코드가 다른 거 같진 않더라고~ 그래서 약간 친근한 느낌? 이랄까 그런게 들었어."

 

(하늘) "음..맞아. 나도 그래서 너희들한테 소개시켜 준거야. 애도 착하고. 다음에도 또 같이 보면 될 거 같아. 그때는 상현이도 보고 별이도 같이 불어서 보자! 상현이랑 별이한테도 소개시켜주고 싶어!"

 

(나) "좋아좋아. 나도 찬성~"

 

 

나와 하늘이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걸었다. 나는 하늘이와 있으면 편했다. 하늘이라는 사람 자체가 편안한 느낌을 주지만 오래된 친구여서 그런지..다른 이성친구들과는 다른 특유의 편안함이 있었다.

 

 

(하늘) "야. 다온. 너 서울로 대학교 가면 여자들 많이 만나서 좋겠다?"

 

(나) "응? 뜬금없이? 뭔 소리 하는 거지...나 여자들이랑 말도 잘 못해."

 

(하늘) "나랑은 말 잘하면서~ 뻥치고 있네. 이 내숭쟁이야. 너같은게 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나) "에이~ 그럴리가 있나? 그리고 아직 대학교 안 가서 실감도 안나. 너는 어디 대학교 가기로 정했어?"

 

(하늘) "아마 나는 서울에 있는 대학교는 못 갈거 같고...지방에 있는 국립대학교나 전문대학교를 가려고 생각중이야. 근데 국립대가서 일반 취업을 하는 게 좋을지...전문대학교를 가서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취업하는게 좋을지 잘 모르겠어."

 

(나) "고민이 될 만한 문제긴 하네...그냥 대학교 붙는 거 보고 고민해~ 그때 해도 안 늦어~"

 

(하늘) "어..뭐 틀린 말은 아니네. 근데 너 서울가면 언제 보냐. 이렇게 이제 보지도 못할거같은데.."

 

(나) "지금보다는 뭐 더 보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종종 내려오겠지. 부모님도 계시고..혹시 몰라? 서울에서 왕따되서 매주 이 곳으로 내려올지도 몰라 하하"

 

(하늘) "그런가? 음...그래도 왕따는 되지마. 슬프잖아. 혹시나 왕따되면 나한테 말해. 내가 가끔 서울가서 놀아줄께."

 

(나) "오~ 말이라도 고맙다 야. 서울 놀러오기나 해. 귀찮다고 나중에 안 오지 말고~~"

 

(하늘) "너, 내가 말만 그러고 안 갈 줄 알지? 진짜 간다. 나중에 서울역 갔는데 모른 척하면 끝까지 쫓아갈 줄 알아. 뭐 여자친구 만난다느니 하면서~엉?"

 

(나) "걱정마세요~ 초등학교 때부터 인연이 깊은~~ 친구가 온다는데 설마 연락을 모른척 하겠습니까 마님~~"

 

(하늘) "풉, 귀엽기는. 야 근데 너네집 이 근처 아니야? 왤케 빨리 왔지?"

 

(나) "어 맞아. 거의 다 왔어~. 너 근데 여기까지 와도 괜찮아?"

 

(하늘) "아직 버스 안 끊켰으니까. 상관없어. 이제 들어가. 나도 다시 가야겠다."

 

(나) "음...야 그래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는 기다려줄게. 친구가 의리가 있지."

 

(하늘) "오~~~임다온~ 감동이야. 그럼 좀 기다려줘. 사실 무서워. 저녁에는."

 

(나) "그래. 버스정류장으로 가자."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하늘과 다온. 하늘이가 타야하는 버스가 10분뒤 도착한다. 둘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하늘이는 뭔가 머뭇거린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 "야, 근데 가람이 정말 예뻤어?"

 

(나) "어. 예뻤다니까. 예쁜거 맞아. 그건 인정하는 부분."

 

(하늘) "나보다 훨씬 이쁘냐?"

 

(나) "풉, 야 외모는 가람이가 이쁘지. 근데 너도 너 나름의 매력이 있으니까~"

 

(하늘) "뭔데? 그 매력이?"

 

(나) "음...너는 다른 사람들을 잘 맞춰주고 무엇보다 대화를 편안하게 잘 이끌어가주잖아. 티키타카도 잘 되고~ 뭐랄까 대화할때 센스도 있어서 남자애들 못지 않게 대답도 재미있고."

 

(하늘) "뭐야. 그냥 남자사람 친구 같다는 이 느낌은? 좋은 거 맞나?"

 

(나) "친구로서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매력이지."

 

(하늘) "맞아. 친구로서는..더할 나위없지.."

 

(나) "어, 버스 도착했다. 하늘아 언넝 타."

 

(하늘) "어? 어...탈게. 재밌었어. 잘 들어가고~"(하늘이 살짝 머뭇거리다가 버스를 탄다.)

 

(나) "어 그래. 잘가~ 다음에 또 보자고~~"

 

 

하늘이는 버스를 타고 창문을 통해 돌아가는 다온이의 모습을 지켜본다. 혼자 손바닥을 흔들어 보지만 다온은 그런 하늘이를 보지도 않고 집을 향해 가고 있다. 다온의 뒷모습만 보는 하늘. 하늘이는 이 익숙함에 적응해버렸다. 당연하다는 듯이. 

 

 

나는 돌아가는 길에 하늘이가 대체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를 남자로 생각하나?' 라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지만..이내 '말도 안돼'라는 생각을 했다.

 

 

이윽고 자연스럽게 가람이에 대한 생각이 머릿 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가람이의 얼굴, 표정, 치킨먹을때 그 모습, 노래부르는 모습 등등 여러 모습이 머릿 속에서 생각났다. 집에 도착해서 씻고 잘 때까지..계속 가람이 생각이 났다.

 

 

이상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던 나는 '진짜 예쁜 여자를 보면 남자들은 원래 이런 건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르르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