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그 남자의 흔한 이야기 Part 1-1(첫사랑 편)

느루 2022. 1. 9. 20:44

*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며 작가의 허락 없는 복사, 불법펌 등을 금지합니다.


윙~윙~
핸드폰 모닝콜 소리가 울린다. 때는 2000년대 후반 수능이 끝난 어느 겨울이다. 곧 새해가 다가오는 시점이었다.

 


고3 수험생인 나는 평소와 다르게 기분 좋게 아침을 맞이했다. 수능이 끝났기 때문이다. 마음이 후련했지만 속으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나의 수능점수가 마지막 모의고사 점수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는 성적이 수직하강했던 나였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엄마가 아파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정신을 차린 나는 결국 반에서 1,2등을 다툴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원했던 대학교를 지원하기에는 부족한 점수였고...재수도 생각했었지만 집안 형편상 그럴 수는 없었다. 하향지원을 해서라도 대학교를 합격하는게 우선이었다. 


그런 나에게 딱히 이성경험이라고 할 기회는 없었다. 중학교 때 잠깐 만났던 여자애가 있었지만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호기심에 가까운 만남이었다. 짝궁이었던 친구들과의 하루하루가 더욱 기억에 남았다.


그래도 나는 키가 다른 남자애들에 비해 컸다. 피부도 하얀편이었다. 하지만 먹는 걸 좋아하다보니 살이 쪘다는 단점이 있었다. 수능을 마치고 이런저런 옷도 입어보고 친구들의 얘기도 들어보니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애들이 살 찐 남자는 별로 안 좋아한다나 뭐라나?


반대로 생각했을 때 맞는 얘기였다. 나도 살 찐 여자에게 호감을 가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으레 다른 고3 수험생들과 같이 놀 시간이 많아지고 자유시간이 생기니 당연히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는 시기였다.


수능이 끝나고 등교하는 학교는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교내에 있는 모든 친구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나도 매일 앉아서 공부했던 교내 중간자리에 앉았다. 짝궁인 계신도 도착했다. 항상 8시 58분에 도착하는 계신.


그와는 향후 서울에서도 의지할 수 있는 절친한 친구사이가 된다.(나(다온)는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교으로 상경한 촌놈이다.) 이때는 전혀 몰랐겠지만.. 나중에 계신의 결혼식 사회도 봐주는 나였다.


핸드폰으로 문자 메세지가 왔다.
"야 임다온, 나 하늘인데 오늘 저녁 때 만나서 같이 가자."


오늘은 초등학교 동창들과의 모임이 있는 날이다. 


나는 약속장소 근처 백화점에서 하늘이를 만났다. 당시 그 백화점 앞은 도시 내 모든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저녁약속을 위해 가면 종종 아는 친구들이 보이곤 했다.


(하늘) "야~ 왜 이렇게 늦게 와~" 약 3m 거리에서 톤이 높은 하늘이의 말소리가 들렸다.

(나) "아, 쏘리. 그래도 5분밖에 안 늦었는데 너무 뭐라고 하진 말아라."

(하늘) "장난이야. 빨리 가자~ 추워." 특유의 애교섞인 말투와 함께 걸음을 재촉했다.

 


나와 하늘이는 약속 장소로 같이 걸어갔다. 그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사이였지만 중, 고등학교때는 그닥 친하지 않았다. 서로 학교가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능이 끝나고 동창 모임에서 몇 번 만나고 난 후 다시 친해졌다. 오래된 친구끼리는 뭔가 잘 통한다고 할까? 어릴 때 만나서 그런지 얘기도 잘 통했고 하늘이 성격 자체가 수더분해서 나의 츤데레스러운 성격을 잘 받아주었다.


잠깐 하늘이를 소개하자면.. 하늘이는 외적으로 봤을 때 누가 봐도 귀여운 스타일이다. 키는 평균보다 작지만 얼굴도 그만큼 작았다. 눈이 크고 쌍커풀이 있는 귀염상이다. 이런 외적인 조건 외에도 하늘이는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밝고 긍정적인 아우라는 항상 주변을 기분좋게 했다. 그리고 하늘이 자체도 조그마한 일에도 잘 웃는 성격인지라 주변 사람들이 싫어할 수 없는 매력덩어리였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약속 장소에는 이미 겨운이가 도착해있었다. 겨운이는 메뉴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뭘 그렇게 뚫어져라 보냐, 여기 처음 온 것도 아닌데."

(겨운) "그냥 좀 보면 안되냐. 이놈은 맨날 관심을 저렇게 표현해요. 김하늘 넌 또 오늘 왜 이렇게 이쁘게 하고 온거야? 다온이 좋아하냐?"

(하늘) "쯧쯧. 여기 지나다니다보면 잘 생긴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내 얼굴에 관심도 많네. 빨리 아무거나 좀 시켜. 오늘 치킨 먹고 노래방이나 가자~"

(나) "여기 후라이드 치킨 순살 하나 주시고 콜라도 주세요~" 내가 둘이 또 티격태격할까봐 바로 주문을 했다.

(겨운) "나 오늘 과일화채 먹고 싶었는데 왜 상의도 없이 시키냐."

(나) "먹고 또 시켜 그럼." 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하늘) "맞아. 먹고 또 시켜. 그리고 넌 말만 하면 틱틱거리는 게 문제야. 그거 고쳐야 대학 가서 여자 사귄다? 엉?" 하늘이 옆에서 또 장난을 친다.

(겨운) "네 말은 안 듣는 게 나한테는 국룰. 아무튼 반갑다들. 근데 상현이는 왤케 안 오는 거야. 원래 빨리 오는 놈인데."

(하늘) "아~! 상현이 오늘 집안에 일이 생겨서 못 온대. 대신 내가 친구 한명 불렀어. 예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였는데 수능 끝나고 좀 친해졌어~ 오늘 둘이 보려고 했는데 이 약속이랑 겹쳐서.. 그냥 같이 보자고 했더니 괜찮다고 해서 불렀어. 괜찮지?"

(나) "모르는 사람? 음..난 좀.." 특히나 저녁모임에서는 낯가림을 했던 나는 약간 걱정스럽다는 듯이 얘기했다.

(겨운) "여자면 좋지~남자는 사절." 겨운이는 웃으면서 말한다.

(하늘) "여자야. 이놈아. 그리고 예쁘니까 괜히 수작 부리다가 귀찮은 일이나 만들지마라. 얘 수능 잘 못봐서 지금 상태 안좋거든." 하늘이 약간 짜증내면서 말했다.

(겨운) "풋, 이쁜건 남자랑 여자랑 보는 눈이 다르거든요~. 네 눈에만 이쁘다고 다 이쁜게 아니거든요~." 겨운이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 "뭐, 그건 맞지." 나는 피식 웃었다.


주문한 치킨과 콜라가 나왔다. 배가 고팠는지 모두가 허겁지겁 치킨을 뜯기 시작한다. 여기 치킨은 역시 맛있다. 유독 바삭하고 살짝 짠 맛이 나는게 나와 내 친구들 입맛에 딱 맞았다.


나는 후라이드 치킨이라도 양념에 살짝 찍어 먹는 걸 좋아한다. 다온이와 몇 번 치킨을 먹어본 하늘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치킨과 같이 나온 소스를 은근슬쩍 다온이 앞에 갖다 놓는다.


하지만 다온이는 막내로 자라서 그런지 그런 하늘이의 배려가 있는 지조차 모른다. 그저 맛있게 양념을 찍어 치킨을 뜯어 먹는다. 이런 배려는 겨운이만 살짝 눈치챌 뿐..


치킨을 반정도 먹었을까? 나는 콜라로 목을 축이고 있었다. 때마침 하늘이가 부른 친구가 도착했다. 머리를 두리번 거리면서 우리를 찾고 있는 사람이 하나 있다는 걸 나는 눈치챘다. 하늘이가 일어나서 새로운 친구를 테이블로 데려왔다.


"안녕하세요" 새로운 친구가 인사를 했다.

 


(나) "아..안녕하세요."

(겨운) "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하늘) "이것들. 나 만날 때랑 완전 반응이 다르구만! 가람이라는 친구야. 성격 좋고 착해. 우리랑 잘 맞을 거 같아서 초대했어. 근데 처음에는 조금 낯을 가릴지도?"

(가람) "...."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슷한 나이의 이성에게 '예쁘다'라는 감정을 느꼈다. 하얀 얼굴, 긴 생머리, 속쌍커풀의 눈, 초롱초롱한 눈빛, 그리고 묘하게 차분하면서도 밝은 분위기. 아 여자가 예쁘다는 게 이런 말이구나. 라는 걸 실감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