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철학, 각종 감상

윤회와 업보가 주제인 '불가살' 감상평(10화까지 봄)

느루 2022. 1. 17. 23:02

출처 : 나무위키 


원래부터 이진욱을 좋아했는데 드라마에 나온다 해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줄거리를 관통하는 주제가 내가 좋아하는 주제인 윤회라는 것!

줄거리는 600년전 자신의 가족을 전부 죽이고 귀물로써의 저주를 남긴 여인(불가살)을 이진욱(단활)이 600년동안 쫓는 것을 골자로 한다. 불가살은 죽지 않고 사람의 피를 먹는 괴물이고 불가살이었던 여인(권나라)이 이진욱에게 불가살의 저주를 옮김으로써 여인(권나라)은 사람이 되고 죽는다. 그리고 그 여인(권나라)이 600년의 세월동안 죽고 태어나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이진욱은 이런 저주를 풀기 위해 그 여인(권나라)을 계속 쫓는다.

아직 스토리가 계속 진행중이라 많은 내용이 남아 있는데 현재까지(10화) 나온 스토리를 보면 꽤나 정교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다. 스토리 라인을 크게 관통하는 주제는 윤회이며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과거부터 이어진 인연이 현생에서 어떻게든 이어진다는 것을. 이진욱(단활)은 600년전 자신 때문에 불가살에게 죽임을 당했던 가족들이 다시 환생하여 자신과 살거나 특정 사건을 해결해가는 데 마주친다. 마치 퍼즐처럼 과거의 인연이 다시 이어져 현생에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환생한 자들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진욱(단활)만은 모든 걸 기억하고 있다. 이 사람이 내 부인이였고, 내 아들이였고, 내 아버지였고, 내가 죽이고 싶었던 불가살이었던 것을.

이 불가살이라는 드라마는 이전에도 윤회와 관련된 글을 썼던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와 어느 정도 비슷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한국적인 괴물이 엮인 판타지적인 요소가 들어갔느냐 안 들어갔느냐의 차이가 가장 클 뿐. 과거의 인연 또는 사건이 미래에 또 다시 이어지는 형식의 스토리는 같다.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렇다면 현재 이번 생에서 만나는 인연은 무엇? 이라는 질문을 종종 하곤 한다. 그럼 나는 과거에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과 만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들은 현생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인가? 과거에 만났던 사람들이고, 그들이 나의 가족, 또는 나의 친한 친구, 친한 직장 동료라면 과거에는 악연(惡緣)이었을까? 선연(善緣)이었을까?

그리고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의 개념과 같이 나오는 '인과율'과 더불어 '업보'라는 개념이 있다. 전생에서 다하지 못했거나 잘못한 것들이 현생의 '업보'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이번 생에 내가 태어난 이유는 이 '업보'와 연관이 있을진데.... 사람마다 주어진 '업보'가 있듯이 나에게 주어진 '업보'는 무엇일까?

이것을 또 인연의 개념에 적용해보면, 결국 현생에서 다시 만난 전생의 사람들에게는 전부 잘해야한다는 결과에 도달한다. 이유인 즉슨, 악연이었는데 이번 생에서 만났다면 악연에 따른 업보를 풀기 위해 한없이 잘해야 할 것이며, 선연이었는데 이번 생에서 만났다면 너무나도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다시 한 번 만났으니 이 또한 한없이 잘해야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현생에서 처음 본 사람일지라도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의 나에게 또 다른 '업보'가 쌓여 이를 풀어야할테니까...

윤회를 다루는 영화 또는 드라마를 보면 결국 불교와 같은 구도신앙적 생각이 가득차게 된다. 하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그게 참 어렵다. 육체라는 껍데기의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과 감정이라는 인간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어 모든 것을 그저 좋은 마음으로 바라보고 좋은 말을 하고 행복한 느낌만을 가지는 게 너무나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걸 놓고 혼자 방 안에 쳐박혀 있을 수도 없다. 돈이라는 인간사회의 생활품이 있어야 먹을 수 있고 잘 수 있고 입을 수 있다. 그저 돈만 버는 수준으로 인연을 최소화한다고 해도 세상은 나를 가만히 두질 않는다. 하물며 가만히 앉아 있고 싶어도, 누워서 아무것도 안하고 싶어도, 육체에서 요구하는 생리현상이 나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천지불인 만물상유(天地不仁 萬物相由)
광음유회 위아자연(光陰遺悔 胃我自然)

세상은 인정머리가 없고 만물에는 요구되는 모습이 있으며 세월이 흐르면 남는 것은 후회 뿐이니 이것은 사람 본연의 모습이다. 라는 말이 있다. 최근 보게 된 네이버 웹툰 '미래의 골동품 상점' 이라는 웹툰에서 보게 된 말인데 평소 나의 생각을 아주 잘 정리한 글귀였다. 과거 선현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세월히 흐르면 남는 것은 후회 뿐인데...과거에 맺었던 인연들, 끊어진 인연들, 과거부터 이어진 인연들, 지금 만들어가는 인연들, 앞으로 만들어갈 인연들, 모두가 소중한 데 이를 품을 만한 마음이 부족하니 항상 후회만 남는 것 같다.

백화수장여찬가(百華收裝與讚歌)
잡화엄식운운야(雜華嚴飾芸芸也)

꽃들은 꽃무덤을 만들며 찬사를 보낸다.(앞의 내용은 인간의 한계가 있음에도 이를 해결하는 내용이 붙는다.) 이름 없는 잡초와 꽃들까지 자신의 한몸을 보태니 그 장엄함이 끊임 없구나. (출처: 네이버 웹툰 '미래의 골동품 상점')

이런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 장엄함을 만들 수는 없어도.. 누군가를 위한 잡초와 꽃이 되어 그의 장엄함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웃으면서 찬사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

'사색, 철학, 각종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르마의 개념  (0) 2021.07.18
윤회, 그리고 클라우드 아틀라스  (0) 2021.06.26